지난 번 배송 받은 책을 다 읽었습니다. 사실 배송 받은 그날 반 정도를 읽고, 그 다음 날 무슨 프로그램 워크샵 때문에 아침-저녁까지는 읽지 못하고, 그 날 밤에 다 읽었습니다. 1Q84 1권과 2권의 내용을 미리 다시 훑어 두었기 때문에 다시 찾아 보는 (만화 책 볼 때도, 새로 발간된 만화책을 사 와서 읽기 시작하다 생각이 안나면 그 전 편을 찾아보는 저는, 3권 주문 하고 미리 앞에 이야기들을 다시 보았습니다.. 분명 디테일한 것들은 생각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
이제부터 책 내용을 언급하게 될 터이니, 곧 책을 읽으시려는 분들은 패스해 주세요.
책에 대한 짧은 줄거리와 감상 평 정도를 남겨두고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하루키 작품 중에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좋아합니다. 처음 학교 도서관에서 '일각수의 꿈' (한양출판에서 김난주 번역으로 나왔던 책입니다) 으로 만난 뒤, 번역을 달리 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사서 몇 번을 읽었습니다. 그때마다 알수없는 재미에 자꾸만 빠져들게 되는 책입니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일어 나는 일이 한 장씩 번갈아 가며 펼쳐지는 이야기 입니다. 두 세계는 미묘하게 닮아 있으면서도 다른 세계입니다. 이 책 이후로 한 가지이야기에 대한 두 가지 시선 또는 나중에 합쳐지게 되는 두-세가지 이야기가 따로 전개되는 형식의 소설을 참 좋아하는데, 이번 1Q84도 그런 이야기 입니다.
여자주인공 아오마메와 남자주인공 덴고(자꾸만 텐고로 읽고 있지만)는 어떤 계기로 인하여 1984년이 아닌 1Q84년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닮은 점이 많은, 비슷하게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 두 남녀가 1Q84년에서 이런 저런 일을 겪고 마지막에 극적으로 만나 다시 1984년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 입니다. (오! 간단하게 정리되는군요) 이렇게 쓰니까 짧은 연애소설 같네요.
하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형식상 아오마메 한 장 / 덴고 한 장 하는 식으로 서로가 독립된 이야기 처럼 전개됩니다. 서로 1Q84년에서 겪어 나가는 일과, 그들의 과거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2권 마지막에서 결국 1Q84년에서 탈출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생각 한 아오마메가 자살하고, 그 대신 덴고를 구할 수 있었다는 내용으로 끝나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저 혼자만 이야기를 정리하고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트윗 하루키당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이야기를 끝낸건 저 혼자 만이 아니더군요 ^^많은 분들이 2권에서의 결말을 받아들이고, 아쉽지만 이렇게 끝나는구나.. 하면 마음을 접었더군요. 실제로 무라카미 하루키도 인터뷰에서 2권까지 쓰고 정말 거기서 이야기를 끝내려고 했다고 합니다.)
3권에 와서는 아오마메와 덴고 외에 우시카와 라는 새로운 인물이 개입되어 아오마메/덴고/우시카와로 등장인물이 추가되어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우시카와라는 인물은 그 전에도 등장했는데, 3권에 와서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연결시켜주는 고리가 되며 두 사람이 서로를 찾아낼 수 있도록 해 주는 (그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우시카와라는 인물은 이전 하루키의 소설인 '태엽감는 새' 3권에 등장했던 인물과 같은 이름으로 (한자도 같은지는 잘 모르겠네요) 태엽감는 새 에서도 기묘하게 키가 작고, 살찌고, 못생긴 인물로 나오는데 - 1Q84에서도 비슷하게 작고, 못생겨서 얼굴을 감추고 미행하기도 힘든 모습의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태엽감는 새 에서도 기분나쁜 인물이라 기억에 그 이름이 오래 남았는데 여기서 나오니 반갑더군요 :)
마지막에 우시카와가 죽고 아오마메가 덴고와 함께 1984년으로 돌아옵니다. 아오마메는 1984년과 1Q84년을 구분해 주는 달의 숫자를 확인하기 전에 처음 1Q84년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던 수도고속도로 3호선의 ESSO간판을 보고 제대로 돌아왔다고 생각합니다. 또는 그 ESSO 간판 때문에 1984년으로 제대로 돌아왔는지, 제대로 돌아오지 못한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오마메는 호랑이의 오른쪽 얼굴이 보였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돌아온 1984년에는 호랑이의 왼쪽 얼굴이 보입니다. 그리고 돌아 온 세계는 1984년도, 1Q84년도 아닌 또 다른 세계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ESSO간판이 꼭 보고 싶었는데, 금방 찾을 수 있네요 ^^
아오마메가 1Q84년 또는 1984년에 어떤 사람들을 어떻게 왜 죽이게 되었는가에 관한 이야기와, 덴고가 고쳐쓰게 된 공기 번데기라는 소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공기 번데기를 처음 쓴(?) 후카에리라는 소녀와 비밀스런 교단의 이야기는 모두 하루키 스러운 독립적인 니야기로도 손색 없었습니다.
소설은 1Q84년에 등장하는 리틀피플과 공기 번데기에 대한 확실한 결말을 짓지 않았습니다. 아오마메와 덴고가 돌아온 것이 1984년 이라는 확신도 주지 않습니다. 아. 4권이 나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
하루키 스럽지만 조금 더 세련된 느낌.
당분간 책 읽을 시간이 있을 지 모르겠는데, 여름 휴가철을 맞이하여 즐겁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휴가가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 주고, 1Q84를 읽는 동안 나의 세계가 바뀌어 버릴지도 모르는 워크샵을 들었다는 것으로 생각을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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